오래 전
한국을 떠나고 빈 채로 남아 있는 미군 막사

그들은 가고 없지만
거기
그들이 남겨놓은 흔적

빛바랜 턴테이블 하나....

거기 아직도
madonna라는 lp판이 올려져 있었다.

아무 인적도 없는 그 막사에.....

돌지 않는 턴테이블에서
이 땅의 지난 역사의 추억이 흐르고 있었다



* Art&Soul/장일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4-17 00:52)

심사평  

일광 /박남수 목사님의  흔적

비어있는 공간 같지만 자세히 감상해보면 그 안에는 이야깃거리들이 있습니다.

영화도 아니고 시나리오도 아니지만 단 한 장의 사진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려면 작용과 반작용의 갈등관계가 조성 돼야 합니다.

창문과 벽은 열림과 닫힘의 구조를, 또 두 벽 사이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적막한 공간과 버려진 턴테이블 사이에는 고요함과 소리(상상 속의 음악)가 대립되는 구조입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음악이 울려나올 듯 한 생동감, 적막이 흐르는 공간에 소리를 내는 장치가 반대급부의 요소로 등장해 있습니다.

미국에서 30년간 강의를 해온 로버트 맥퀸은 형사 콜롬보 등의 유명 드라마 대본을 쓴 작가인데요.

그가 강의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조건도 이런 대립관계가 성립될 때 흥미로워진다고 합니다.

즉 관람자들은 균형이 무너질 때 다시 균형을 찾고 싶어 하는 본성을 지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람들은 퇴색되어가는 것으로부터 묘한 향수를 느낍니다.(랭포드의 사진강의 1장 참조)

인생 혹은 물질의 유한함과 야속하고(?) 장구한 세월이 또 다른 대립관계를 형성하니까요.

얼마 전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One& The Other 라는 아트 페스티벌을 했는데 (장장 100일 동안)

사람들에게 아주 반응이 좋았답니다. 거기서 런던 시장이 한마디 합니다.

“문명이 지나가고 난 뒤에는 무엇이 남습니까? 바로 예술입니다. 사람들은 그 문명의 업적과 그들이 남긴 예술을 동일시 할 겁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유럽의 기독교(좀 더 정확히는 가톨릭)가 남긴 업적들 중에서도 상당한 분량의 음악과 미술, 건축물들을 볼 수 가 있습니다. (가톨릭의 교리적, 도덕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사진가가 언급한 ‘마돈나'의 LP판이 아니라 하더라도 턴테이블 자체가 사라져간 역사 속의 음악적 유물인 셈이며 후세 사람들은 지난 20세기의 아날로그의 감흥을 어렴풋이 기억할 것입니다.

인생은 짧고 (덧없고) 예술(음악)은 길다. 한 세대가 가고 그 다음 세대가 오지만 그 이전 세대를 기억하지 못함....오직 거기에는 문화(예술)의 흔적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따름입니다.

또 한 우리에겐 무한히 긴 시간동안 창작이 가능 할 줄 알았는데  실은 매우 제한 된 시간만 남았을 뿐입니다.

유한한 인생 그리고 그 뒤에 여운을 남기는 예술,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져도 말씀은 일점일획도 없어지지 아니하리라는 내용을 상기시켜주는 듯도 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전문위원   장일암